지난 10월 18일 오전10시, 부안 문포를 찾았다. 부안 문포는 국토지리원에서 동진강이 끝나는 지점으로 정해 놓은 곳이다. 하지만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민물일 땐 갯벌이 드러나고 썰물일 땐 바닷물로 마을앞 제방까지 차 올랐던 곳이다. 그래서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이전까지는 이러한 자연조건에 맞추어 어업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지역이다. 그런데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이후 가장 변화가 심한 지역으로 변했다.
문포 포구엔 여러 배들이 갯벌위에 반쯤 걸려 있기도 하고, 매말라 붙은 갯벌위엔 바다에 나가지 못한체 나뒹굴고 있는 배들이 20여대나 되어 보인다. 매말라 붙은 갯벌에서 새로운 그물틀을 만들고 있던 한 어민은 “문포앞 고랑엔 죽뻘이 쌓여서 잡히던 백합도 없고, 적조현상도 발생한다.”며 “물 흐름도 거의 없어 정치망, 안강망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엔 이곳 문포앞에서도 다양한 어종이 잡혔으나 방조제가 막힌 지금은 멀리 계화도를 넘어 방조제까지 나가야 하고, 그곳에서도 꽃게, 소라, 세우, 주꾸미 등만 잡히고 잡혀도 크기도 작고 양도 적어서 어선도 바꾸고 2백만원을 들여 그물도 새롭게 짜야 했다.”며 “그나마 내년에도 어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쉰다. 두세명의 어민들이 다가 오더니, 그물을 만져보면서 그물이 잘 만들었는지 확인을 한다. 조언도 덧붙인다.
다른 어민은 “옛날엔 바닷물 수위가 높아질 때 방조제를 넘을 정도였으나 배가 걸릴 정도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갯벌 흙이 날려서 피해가 심각하다. 건너편 김제에서도 불어오고 완전히 안개처럼 된다.”며 “드러난 갯벌에서 추석 연휴때 많은 외지인들이 낚시하러 왔다가 쓰레기만 버리고 갔고, 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촌공사도 저렇게 쓰레기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엔 문포앞 근처에서 허가받은 대로 배들이 어장을 다르게 했으나, 지금은 어종이 고갈되고 겨우 숭어와 망둥어만 있다.”며 “과거엔 어민들끼리 서로 도와주고 웃으면서 어업을 했으나, 지금은 우선 ‘나’ 중심으로 생각하고 협동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 말한다.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계획이 없다. 하루 하루 어장을 해서 먹고 사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마저도 계속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어민들 피해에 대해서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어업 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기로 하고, 오후6시경 13톤이나 되는 배에 올랐다. 선장은 “추석 이후 처음 나간다. 배수갑문이 몇 일간 닫혀 있어 바닷물이 적게 들어와 배가 갯벌위에 걸려서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고 바닦이 죽뻘로 쌓여서 인지 배가 바닦에 걸리기도 했다. 선장은 “물막이 완공 이전에 비해 2m가 쌓였다.”고 말한다. 선장은 “올해 47세다. 아내와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둘 있다. 어업을 23년 했는데 다른 일 보다 어업이 좋아서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두달 동안 절반만 일을 했고 적자였다. 기름값은 오르는데 잡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오늘 나가도 적자 날지 모르겠다. 10년전엔 1년동안 수입이 1억이었다. 작년엔 실뱀장어 잡아서 3천만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배는 계화도를 지나서 1시간 20분 달려 새만금갯벌의 한복판에 다다랐다. 저녘 7시 20분에 수심이 2.9m인 지점에 첫 번째 그물을 넣은 다음 두시간 동안 그물을 끌어 당긴 후 1톤 넘게 잡힌 그물틀을 끌어 올려 배 위에 내려놓았다. 주꾸미, 꽃게, 새우, 독게, 민어, 병치, 갑오징어 등 수입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냈다. 그런데 잡히는 양이 적다. 몇 차례 밤알 정도의 크기인 ‘염통성게’가 가득 잡혀 올라왔다. 선장은 “죽뻘에서 많이 사는 종으로 이것이 많으면 다른 종은 거의 안잡힌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을 여섯 번 반복하면서 작업을 계속하였고 다음 날 아침 7시반에 마지막 그물을 올리고 그물을 정리한 후 문포로 되돌아 나왔다. 부안과 만난 선장이 직접 트럭에 싷고 부안상설시장에 도착하여 경매를 하였고, 받은 돈은 6십만원 정도다. 선장은 “기름값과 하루 경비가 35만원 정도 들어가니까 2십5만원 남짖 벌었다.”며 “앞으로 20일간 해봐서 수입이 안되면 어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같은 상황을 보면서 문포지역 어민들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불안한 앞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주용기 환경운동가, juy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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