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PW찾기 | 회원가입   물소리   글쓴이 : 변산바람꽃     날짜 : 10-10-20 21:54     조회 : 5782     물소리   - 박영근(1958~2006)   밤 두시나 세시 한밤중 골목길을 홀로 걷는데 맨홀의 캄캄한 구멍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하수도 속을 흘러가는 물소리 형체도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어두움을 벗고 제 몸마저 벗고   생의 어디쯤에서 나의 사랑도 썩을 대로 썩어 온갖 수사와 비유를 벗고 저렇게 낮은 목소리로 세상의 캄캄한 구멍을 울릴 수 있을까 간절하게 부를 수 있을까   밤고양이 한마리 나를 보고 길게 울더니 경계를 훌쩍 넘어 담장 안으로 사라진다 그 소리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밤 두시나 세시’ 홀로 흐르는 ‘하수구의 물소리, 썩을 대로 썩은 그것. 고단한 그것.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간절함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간절함에 자기의 얼굴을 비빈다. ‘저렇게 낮은 목소리로/ 세상의 캄캄한’것 들을. ‘온갖 수사와 비유’의 장신구들을 벗은 그것에. 아마 그래서 그는 이 고단한 세상을 일찍 떠났을 것이다. <강은교·시인> 게시물 692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47 투명 - 심호택 풀꽃세상 09-14 5383 646 대암산-박영근 변산바람꽃 08-05 4627 645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 - 안도현 (1) 풀꽃세상 06-14 7372 644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 복효근 (1) 풀꽃세상 05-06 7300 643 4월은 갈아엎는 달 - 신동엽 풀꽃세상 04-25 8366 642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 - 권정생 풀꽃세상 03-04 5989 641 소 - 김기택 풀꽃세상 01-24 7286 640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풀꽃세상 11-30 7293 639 샛바람에 떨지 마라 변산바람꽃 11-19 9556 638 물소리 변산바람꽃 10-20 5783 637 시 - 파블로 네루다 (1) 풀꽃세상 09-07 11805 636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풀꽃세상 08-31 8991 635 그 여름날의 실루엣 / 김애자 풀꽃세상 07-13 8850 634 그리움이 고통인 것을 (2000.11.13 시창에서 퍼옴) (1) 풀꽃세상 07-08 6044 633 슬픔을 탈바꿈하는 - 박재삼 이시영 05-10 8051  1  2  3  4  5  6  7  8  9  10     제목+내용 제목 내용 회원아이디 이름 and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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