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고 살다 보니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터득되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첫째는 자연에 겸손한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봄바람이 미처 찾아 오기도 전에 겨우내 얼어 붙어 있던 가지에 새 움이 트고 나면 그 후
한여름 머리가 벗겨 질 것 같은 뜨거운 햇살과 시원하게 내리는 소낙비. ,그리고 마침내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그 사이 농부가 하는 일이란 햇볕을 좀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가지를 잘 뻗게 해 주고 바람이 많이 불 때 과일이 떨어지지 말도록 지주목에 묶어주고, 비가 많이 오면 밭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 정비해주는 일이 고작입니다. 물론 이 일의 양도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농사에 큰 영향을 주는 냉해나 태풍, 너무 긴 장마가 오지 않도록 겸손되이 바라는 것이지요.
둘째는 가족간의 의지하는 힘입니다.
물론 농번기가 되면 지나가는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농번기가 아닐 때에도 이것 저것 할 일 이 참 많습니다. 가족 중 누가 사정이 생겨 농사일을 같이 못 할
경우라도 생길라 치면 일 은 참 복잡해집니다. 특히 부녀자들은 일꾼들 식사에 새참 챙기는 일부터 밭일, 집안일 마을일, 등 끝없는 일의 연속이지요.
그래 옆에서 고생하고 있는 식구들을 보면 애잖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저희의 경우
올해 초 서리피해를 심하게 입었습니다. 그 후 제 집사람이 농사일을 하지 못할 사정이
생겨 저 혼자는 농사일을 계속 할 수없어 부득히 이웃 분께 대신 경작을 부탁 드렸습니다.
그분도 나름대로 열심히 해주셨지만 경험부족과 7,8월의 긴장마, 그 영향으로 인한 심한
병충해 피해를 보았습니다.
결국은 수확이라 할 수 도 없을 정도의 소출이 나왔습니다.
그래 올해는 배를 출하하지 않기로( 출하할 배가 없어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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