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는다'는 제 방식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예상하지 못한 '혹'을 달았습니다. 좀 놀면서 정말 지친 몸도 추스리며 여기저기 바람처럼 떠돌고 싶었는 데 모질지 못한 성격 때문인지 무거운 '혹'을 달고 헉헉대고 있습니다.

처음 출근하던 날 직원들이 건네는 인사말에서 들리는 '사장님'이라는 말에 허둥댔던 기억은 아마 살아가는 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홍역을 치루고 이제 겨우 새로운 자리가 몸에 익숙해져 가는 듯 합니다. 나쁜 일인지 좋은 일인지는 모르지만......

앙성풀 님,
앙성의 도화는 언제 피는가요. 예전에 도화가 화면 가득하였던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중국 영화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형수를 사랑하는 떠돌이 낭인무사는 해마다 도화가 만발할 때면 형수를 보러 오지요. 바람에 분분히 날리는 도화가 한 사람의 곡진한 사랑이 흩어지는 형이상의 상태를 상징하는게 아닌가 하면서 연인을 품지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이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현실에서 도화는 개울물에 총총히 떠내려가는 꽃잎을 보면 괜한 애상에 잠겼던 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시절 행복의 원천인 할머니와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만들지요.

가보고 싶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와 가는 길을 알려주시면 텁텁한 막걸리 한 병들고 가 뵙겠습니다.



배풀 님,
'배꽃은 속세의 꽃이 아니다'라는 고인들의 말씀이 있다하지만 저 또한 그 정도의 정취는 맞출 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또 그렇게 말한다고 하여 누가 타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순창의 그 배밭으로 가는 길과 배꽃이 피는 시기를 알려주시면 바람처럼 휙하고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