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이름과 너무나 잘 어울리시는 미소와 의상의 하늘보라풀님]

10일 목요일, 6월의 햇살이 슬슬 이마와 뒷목사이의 땀길을 내는 그런 오후, 풀꽃방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 제주에요, 하늘보라풀이라고 한라풀의 엄마예요...서울 갈 일이 있어 가는차에 풀꽃방도 궁금해서요...”

‘세상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듯 설레임에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중학교 선생님이시고, 집에서는 차를 직접 만드시어 드신단다. 아이들은 딸 둘인데 둘째 한라풀 덕에 풀씨가 되셨단다. 풀꽃상을 논에게 준 9회 선정회를 함께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다며 아련한 눈빛으로 그때의 감동을 전해주셨다.

하늘보라풀님을 만난 토요일은 무지막지하게 비님이 오신 날이다. 하늘님이 소화불량에 걸리신건지, 트름과 방귀를 연방 날리시며 비를 뿌리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하늘보라풀님은 그런 비속을 뚫고 먼 길을 찾아 오셨다.

참 고은 보랏빛 생활한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시는 하늘보라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을 먹고 헤어지려 홍대역까지 갔는데, 그러고보니 하늘보라풀님의 사진을 안찍은 것이다. 이런! 결국 막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사진을 마저 찍었다. 흔건히 젖은 바지자락을 서로 걱정하다 문득, 먼 걸음 이곳까지 오셨는데, 뭐 드릴 것은 없나 싶다.짧은 생각에 마땅한 것은 없고 즐거운 기억거리라도 선물로 드리고 싶은 마음이 그제사 든다.

이 빗속에 갈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 하다 ‘헌책방 카페 켈커다’가 생각나 그리로 함께 갔다. 카페문을 여니 인도향이 물신 반긴다. 마침 하늘보라풀님이 좋아하시는 향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모습이 여지없이 어린아이와 같았다. 또, 에스프레소를 그리 맛나게 드시는 이도 참 드물다 싶게 즐기시는 모습에 동행자가 더 행복했다.

서울에 간만에 올라오시는 길에 친분있으신 풀씨님들도 만나신단다. 꽃구름풀, 설레는풀, 솔바람풀, 한라풀...하늘보라풀님을 통해 알게 된 풀씨 이름이다. 아, 이름만 들어도 맘이 설레인다. 그분들과의 만남을 또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까?

제주에 돌아가시면 제주 풀씨들의 번개팅을 한번 하시겠다 하시며 그때 꼭 오라신다.

하늘보라풀님, 잘 돌아가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