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 > 풀꽃세상 활동소식 > 내가 단양으로 가는 이유

풀꽃상 선정회의에서 만난 청청스님은 몇 번이고 나의 참석을 부탁하셨다. 많은 회원들에겐 그저 도와달란 말만하는데 유독 나에게만은 필히 참석해 달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 까닭을 물었으나 이유는 나중에 알려주겠다며 작별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한 번 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청청스님은 내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서울의 절을 떠나 단양 산골 마을에 홀로 기거하며 미생물 연구와 산삼재배를 하며 수행을 하는 산승인 청정스님의 1인 시위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뜨끔했던 터라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단양으로 가자.
인생이 특별한 것은 미래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 흔한 촛불 집회에도 나가 본 적 없던 내가 단양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되다니! 생각할수록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1인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청청스님의 부탁도 있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나서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 곳이 산자수려한 단양이 아니어도, 퇴계와 두향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옵션으로 끼어 있지 않다 해도 필히 진실은 밝히고 알려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양 폐자동차 소각장이 들어설 예정인 매포(梅浦)는 문자 그대로 매화꽃 피는 포구이다. 퇴계와 두향의 매화 인연이 아니라도 그 아름다운 곳에 폐자동차 소각장이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 아니던가. 지자체가 실시된 이후로 각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과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 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 온 게 사실이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옛말에도 농부는 굶어 죽어도 볍씨는 베고 죽는다고 했다. 아무리 기업 유치가 급해도 당장의 허기를 메우기 위해 씨앗으로 밥을 지어서는 안된다. 이 땅은 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자손손 물려갈 귀한 터전이기 때문이다.

지금 단양군에서 매포면 친환경 농공단지에 입주시키려는 동제련업체 엘에스니코는 세계굴지의 동제련 회사로 2008년 2월 21일 자원순환형 동제련 공장을 짓기로 충북도. 단양군과 투자 협약을 맺고 농공단지 입주를 추진 주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친환경, 무공해업체라고 여론을 호도하며 (주)GRM이란 자회사를 세워 공장 입주를 서두르고 있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자동차 1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만 개에서 10만 개 정도의 부품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 수많은 부품 중엔 우리 몸에 치명적인 독극물도 사용된다. 해마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생산 되고 폐기 되는 순환을 거듭하는데 물론 유용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는 다시 활용되지만 끝내는 재활용불가의 유해물질들은 남게 마련이다. 선진국들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들은 추출하여 사용하고 아직 처리가 어려운 소재들은 압축 성형하여 땅에 묻거나 핵폐기물처럼 별도로 장기 보관토록 하고 있다고 한다.

한데 엘에스니코 동제련이 자회사 GRM을 내세워 단양에 입주하려는 것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폐자동차 소각로를 지으려는 것이다. 자동차 폐기물을 태우게 되면 많은 다이옥신과 중금속,진폐물질등이 공기 중에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바람과 비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지고 강물에 스며들어 결국은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들은 그런 사실들은 다 감추고 무공해 친환경 업체라 선전하면서 단양군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들은 2007년, 금강 하구에 있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자회사 ENR을 내세워 '신소재첨단공장'이라면 폐자동차소각장을 건설하려다가 서천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물러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 친환경 기업이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면 서천 군민들은 바보라서 반대했단 말인가.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면서 높은 산정에 70미터 높이의 굴뚝은 왜 따로 세우려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페자동자파쇄잔재물(ASR)을 연료로 녹여 비철금속을 추출하려하면 가장 무서운 독극물 중의 하나인 다이옥신이 다량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자동차 소각장이 남한강과 충주호 지근 거리에 건설된다면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젖줄에 독극물을 푸는 것과 진배없다. 수많은 암을 유발 시키고 기형아를 만드는 독극물이 한강에 스며드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충청도 산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뒷짐만 지고 있기엔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생의 오후를 지나는 나야 그렇다쳐도 나의 아이들에게 이 엄청난 재앙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단양으로 가서 1인 시위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양 03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