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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씨명 이어풀기>가면의 진실, 진실의 가면 |
| 글쓴이 : 동자꽃
날짜 : 01-11-14 21:47
조회 : 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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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 사정으로 오랜만에 이 허공판에 들어와 보니 마침 이 허공판을 들락거리는 이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가면'에 대해 스스로 발언하는 '행사(?)'가 벌어지고 있군요. 제가 이 허공판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발언하는 이들의 생각을 읽고 또 그 생각에 이어진 제 생각을 (정제되지 못한) 글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이래 저는 제 자신의 정체성(가명과 실명 사이에 놓여있는 어떤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정신의 지점과 현실에서의 삶이 어긋나는) 문제를 늘 고민해 왔습니다.
지난 번 미당 선생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다소 격렬한 의견을 표명하였던 이들로부터 <동자꽃>이라는 가명으로 쓰여지는 글이 실명으로 쓰여질 경우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며 실명을 밝히라는 요구도 있었고, 운영자께서 여러 번 밝혔지만 본의 아니게 운영자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동자꽃>이라는 제 아이디로 쓰여진 글이 제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생각의 지형을 그려낸 적은 없다고 생각하며, 많은 경우 실명으로 쓸 경우보다 제 내면의 생각을 한층 진실되게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제가 글에서 '사적 자아'를 진술하는 것을 '자기 현시'로 해석하시고는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분들에게는 "그건 과시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각을 소통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백합잔치>와 같이 온라인에서의 만남을 오프라인으로 이어가는 여러분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한편으론 거침없이 자유로운 정신의 분방함에 부러움을 느끼고, 한편으론 아직 가면으로 이 허공판에 존재하는 제 자신에 대한 일종의 부담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이 자신과는 다른 '생각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 정신을 만나 서로 소통의 길을 넓혀 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요. 더욱이 '환경 사랑'이란 도저한 명제가 매파 노릇을 하였을 때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행사하는 대부분의 잔치는 그 이름이 표방하는 정신과는 다르게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생명을 '도구'(아울러 먹고 마시는 소비의 끔찍함을 상상해 보십시오.)로 사용하게 만들더군요. 저는 인간의 내면의 목소리와 사회적 행위의 어긋남이 가져다주는 이런 자아분열이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누군가의 진실한 정체성을 안다는 것과 사회적 정체성을 안다는 것은 다르면서 같은 것인지 같으면서 다른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또 가면의 진실과 진실의 가면 중 어떤 것이 우리의 내면에 가까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집니다.
제 경우 만약 직업, 계급, 학력, 학연, 지연 등 사회적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았을 때 과연 현재와 같은 발언이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있는 그대로 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사회적 정체성으로부터 영향 받은 일종의 편견들이 소통의 진실을 바라는 저의 생각에 앞서 존재하며 제가 소원하는 진실한 소통을 방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던 어차피 그 일이라는 게 제 자신의 내면에서 갈구하는 일과 일치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또 각각의 사회적 형식과 표징들이 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아니고 보면 오히려 <동자꽃>이라는 가면이 사회적 정체성들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편견'들을 뛰어넘어 통합된 제 자아를 드러내는 데 더 진실할 수 있을 것 같고, 성과 연령에 목 죄이지 않는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응풀 님'이 제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시면서 야유하셨듯이 제 가면인 동자꽃은 식물도감에는 패랭이꽃으로 표기되어 있을 것입니다. 화용은 카네이션과 비슷하나 꽃잎이 홑잎으로 된 그 모습에는 간결하되 화려 청초한 멋이 은근히 배어있습니다. 이런 동자꽃은 제가 태어나 자란 태백산맥 골짜기 냇가의 장광에 여름이면 지천으로 피어났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명주를 내리시던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 꽃을 머리에 꽂으시고 고단한 노동을 지나가셨고, 물놀이에 지친 개구쟁이는 손에 동자꽃을 한 웅큼 들고 그리운 모성이 불을 밝힌 초가로 달려가고는 했답니다.
인터넷상에서 가면의 대화가 보편화되고 직장에서 수직화된 언로의 수평화를 위해 인터넷상의 대화를 장려하면서 각자 하나씩 가면을 가지게 되었을 때, 저는 할머니와 어머니, 그 모성에 대한 그리움과 그 분들에게 동자꽃이 수놓인 정갈한 치마 저고리를 입혀 드리지 못한 불민한 자신에 대한 자책, 언젠가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다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다짐을 새겨 넣은 <동자꽃>을 서슴없이 제 가면으로 정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허공판에 <동자꽃>이라는 가면을 가지고 쓴 글이 아마도 <소설가의 아내>에 대한 댓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그 때의 황당한 경험이 저로 하여금 이 허공판을 주목하게 한 것 같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저는 <동자꽃>으로 쓰여지는 이런저런 글들이 어느 날 실명의 맨얼굴로 여러분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러운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동자꽃>으로 이 허공판을 기웃거리며 게으르나마 제 생각을 올리며 풀씨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이승철 님 : 사진으로 뵈는 모습이 무척 푸근하였습니다. 제가 시간이 되는대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진해에 계신 이효재 선생님을 모시고 섬진강과 거제도를 여행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데 그 때 시간이 가능하면 제게 주신 메일의 그 농장을 꼭 가 보고 싶습니다.
앙성풀 님 : 한영애 씨의 <봄날은 간다> 잘 들었습니다. 사진에서 자꾸 어딘가로 숨고자 하시더군요. 서울과 앙성, 그 사이에는 물리적 공간만 놓여져 있는 게 아니지요. 중심으로부터의 '상실', 저는 마음으로 이 상실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남다른 사유와 '실천'을 지금은 그냥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
솔씨 님 : 책을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책을 담아 꾸려놓은 상자를 보면서 바빠서 연말까지는 개인 화물을 수거하지 못하겠다는 택배회사에 오늘도 전화를 해봅니다.
엘레지풀 님 : 진해에서 거제로 가는 카페리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을 잊지 못해 이 겨울에 거제도 여행을 작당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 가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가을풀 님과 젖은풀 님, 그리고 연두벌레 님, 이 허공판에서 만난 좋은 생각의 벗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 개미밥풀 ─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늘 고민해 오셨다는 동자꽃님의 말씀... '역시 삶이란 외로운 것'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너무 앞서 가시면 외롭습니다.
◈ 개미밥풀 ─ 이상하게 갑자기 두번이 뜹니다. 지워주세요. '고물상' 가끔 들러 주세요.
◈ 앙성풀 ─ 드러난 제 모습이 진실인가, 가끔 묻습니다..... 동자꽃님, 자주 출몰하십시오.
◈ 얼레지풀 ─ 제 손전화 번호는 풀꽃방에서 알고 있을것입니다.꼭 메모해서오셔요.
◈ 응풀 ─ 늦게 늦게 꼬리글을 달게 되었네요. 지난 번에 배를 20상자가 넘게 신청해 주셨는데 받으신 분들이 모두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여전히 똑같이 지냅니다. 사이트에 방이
◈ 응풀 ─ 많아져서 기웃기웃 하는시간이 만만치않게 는 것만 빼곤 어제와 오늘이 다를 바 없네요. 건강하세요.(12/4)
◈ 솔씨 ─ 동자꽃님 보이소. 책을 꾸려놓고 보내지 못한것을 죄송하게 생각하시면 제가 죄송하잖아요? 집 안 한 쪽에 나갈 물건이 있어 조금 번거로울 수 (?)있으시겠지만 죄송해 하지는 마시어요
◈ 솔씨 ─ 한달음에 달려가 받아오고 싶지만 못 가는 제가 죄송스러워지니까요. 그리고 고향이 태백산 아래 어디신지? 저도 태백산 밑 영주 골짜기가 고향이거든요. 동자꽃도 참 많았습니다. 척박한
◈ 솔씨 ─ 곳에서도 어쩜 그렇게 고고하게 예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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