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에서는 회원들을 '풀씨'라고 부릅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라는 생각을 우리는 '풀씨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께서는 언제부터인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풀씨이름을 하나씩 지니고 계십니다.
풀씨 여러분, 이 곳에서 풀씨이름을 지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풀씨 한 분 한분의 정체성 확인과 풀꽃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가 강화되고,
회원들끼리 더 깊은 교감이 오고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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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물 한 바가지에 이름 한 잎을 띄우고..   글쓴이 : 힌풀     날짜 : 01-11-21 14:52     조회 : 7486     힌풀 나와서 이실직고 하라는 꿋꿋씨님의 호명을 듣고 일을 하면서도 어제 하루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럴줄 미리 알았더라면 처음 풀씨이름을 지을 때 '하하^^풀'이나 '아이고~풀' 정도로 가쁜하게 지었을텐데요.. 뭔 뜻이 숨었는지 모를 힌풀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왔으니.. 초등학교를 다니다 말았나? '흰'이 맞잖어? 저에게는 두개의 이름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호적에 올려주신 조종묵 이라는 이름과 사회적으로는 한번도 통용이 되어본 적이 없는 제가 지은 힌 이라는 이름입니다. 옛날에 먹고 사는 걱정을 안 하고 살던 사람들이 글자를 가지고 장난을 하면서 그것을 지식이나 신분의 징표쯤으로 여길 때에야 놀던 마당마다 다른 이름을 번갈아 쓰기도 하였지만, 호적 바꿀 일도 아니라면 굳이 써먹지도 않을 이름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세상에 이름이라는 건 인간이라는 생물종만 가지고 있는데 그 이름이 존재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국가라는 것과 국가의 하부구조인 가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권력의 관리체계입니다. 그러니까 이름도 크게 나누면 두가지 존재방식이 있습니다.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구별하여 부르는 이름과 공동체 자체가 구성원인 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이름입니다. 지금 세상의 우리들은 그 두가지를 겸한 쓰임으로 집에서도 쓰고 사회에서도 쓰는 호적상의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저는 조종묵 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고 나 아닌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는, 더구나 한번 지어놓고는 자신조차 한번도 제대로 써먹지 않은 또하나의 이름에 대해서 왜 설명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저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그 이름에 지워진 무게가 아직도 저에게는 커다란 중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이 '힌'입니다. 이십여년 전에 저는 약을 먹고 음독을 하고 병원을 왔다 갔다 하고 몇달씩 누워서만 지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꼭 십년을 그랬습니다. 결국은 자살을 해야 하지 않는가. 살아야 하나. 책을 읽어야 하나. 바닥이 없는 내면의 무저갱 속에서 끝없이 떨어져 갔습니다. 그때 그 어둠의 절벽에서 저의 영혼이 한번 부여잡았던 가지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부러지고 말았던 그 가지에 제가 한번 새겨본 이름이 힌이었습니다. 'ㅎ+ㅣ+ㄴ' (빛+시간+사라짐)입니다. 중간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여름에 풀꽃세상의 회원이 되면서 머리가 나쁜 저로서는 하하^^풀이라거나 아이고~풀 같은 멋있는 이름을 지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털커덕 힌풀이라고 해버렸습니다. 누가 흰풀이 맞지 않나요? 하고 물으면 길게 말하지 말고 둘 다 맞습니다 라고 대답을 할까.. 라는 정도만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 글에서의 마지막으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저는 산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는 생물종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가라는 것을 혐오하며 자본주의를 살아있는 한 타도하려고 합니다. 제가 평생 살아오면서 변함없이 지니고 있는 사랑은 생명과 정의뿐입니다. 이제 저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머니에도 다 채우지 못하는 한 줌의 재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에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불리워지고 있는지 그 존재의 연유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이름은 아직 억압과 불평등을 증거할 뿐입니다. 저는 풀꽃세상에서 부활한 '나의 이름'에 감사합니다. 풀꽃세상에서 만나는 풀씨와 그 풀씨들의 이름이 선언하는 미래를 온세상이 이해하고 달려들어 끌어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이름속에 어떻게 성씨의 구별과 남여의 차별이 없어질 수 있는지, 이름이라는 것이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는 기호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원끼리 서로의 그리움을 소통하는 신호가 되어야 하는지 풀꽃세상이 증명하기를 바랍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풀꽃세상의 모든 이름 여러분, 사랑합니다. 힌풀. *** 만약 그 다음 분을 호명하는 것이 서로에게 기쁨이기만 하다면 많은 이름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풀꽃세상의 청소년풀씨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두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지난해에 가장 많이 글을 올렸던 써니풀님! 올 한해에 글을 많이 올린 공풀님! 다음 바톤을 기쁘게 받아 주세요.^^ ◈ 빠샤풀 ─ 깊은 생각,좋은 마음- 감동있게 읽었습니다 ◈ 포근풀 ─ 어둠의 절벽에서 한 번 부여잡았던 가지... 그 가지가 님의 아름다운 이름을 낳게 했군요. 그 부러진가지를 영원히 소중하게 사랑하시길... ◈ 앙성풀 ─ 힌풀님을 생각할 때면 꼭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오체투지. 부디 건투하십시오. ◈ 작은풀 ─ 눈을 뜨고 있습니다. 이 세상 살다가 먼저 눈을 뜬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뚱딴지풀님께 힌풀님의 삶을 듣고 ... 두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 산풀 ─ 빛나는 정신 하나가 등대처럼 길을 밝혀주시는 분...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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