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풀씨님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실까, 기대반, 걱정반(안불러주심 어떡하나)으로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에 풀꽃세상에 들어오곤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일찍 불려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풀님 고맙습니다. 제 걱정이 일찌감치 싸악 가셨습니다. 하하....
서른의 나이를 앞두고서,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참 많습니다.
그러고보면, 열 아홉의 나이때도 이같은 고민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생산직 노동자, 노동조합과 노래패 가수를 꿈꾸고,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같은 노래만 들으면 울컥거려 눈물짓던 그 나이때에도,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고민은 참으로 벅찼습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대답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채,
그리 영민하지도, 너그럽지도 못한 제 감수성만 믿고 일을 벌이기 시작한건 올해들어서였습니다.
뇌사시의 장기기증 신청을 하고나서 온 밤을 울었던 어느날 이후로,
동물보호협회, 수달보호협회, 애신의 집, 독도수호대, 백두대간보전회, 최근의 녹색대학,
그리고 풀꽃세상에 회원가입을 했었습니다.
언젠가 티비방송에서 응풀님을 뵌 후, 한참후에 풀꽃세상 사이트를 찾아들어오던 날,
"우리는 풀 한포기보다 소중하지 않습니다."는 글은 저를 단박에 사로잡았습니다.
평소에 괴상한 망상 - 지구 스스로의 정화작용(대홍수, 운석충돌)에 의한 인류멸종이나,
200년 안에 (반드시)기계문명이나 핵전쟁에 의해 피폐된 세상이 될거라는 망상에 빠져있었고,
그러기에 지구별은 나같은 인간보다도 골재채취장의 모래를 더 필요로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거든요.
유전(油田)을 보면서 별이 피를 빨리는구나, 사는 하루하루가 별의 살을 뜯는구나 같은...
하여튼 저의 망상뿐인 생각에 반해, 정작 진지하게 고민하고 추구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환경단체가 있다는데, 거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는 없었나봅니다.
살충제를 뿌리면서 '너거들에게 미안하다만, 내 몸속에도 이게 쌓여서 죽을때는 고생할거야.
그러니 죽더라도 이해해라'하고 중얼거리던게 얼마나 지났다고,
어느날부터는 꿈틀대는 녀석들마다 쓰윽 쓸어담아서 흙 있는곳에 내려주질않나,
지난 달력마다 죄다 잘라서 낙서장이나 편지지로 쓰질않나,
갯벌얘기나 댐얘기만 나오면 침을 튀겨가며 살기등등해하질 않나,
다른 풀씨들의 글을 읽으면서 '아~ 정서가 순화되는구나'는 착각에 빠지거나, 부끄러워하질 않나...
'주는게'아니라, '드립니다'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건 더더욱 빼놓을 수 없을테구요.
'잠티풀님께 부탁드립니다'란 글을 다시 읽으면서, 풀꽃세상을 통해 내가 꿈꾸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방금까지도 하고 있었습니다.
풀꽃세상을 통해 새롭게 생각하고 접해왔던 것들...
그중에서도 녹색평론을 접하고, 또 녹색대학을 접하게 되면서 슬쩍 꿈꿔보던 것들...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인지라, 그저 혼자서만 짐작해보고
차마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선뜻 말씀드리기가 부끄럽고..그렇네요.
잠티풀은 이렇게 생겨먹었습니다.
낮잠 좋아하고, 늦잠 좋아하고,
끊임없이 "으이구~ 이 잠충아(잠벌레)~"라고 구박받던 저의 또다른 별명, '잠티'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녹색대학에서 인디언식 이름짓기 할때는 '하품하는 잠벌레'라고 스스로 불렀답니다.
다섯살이었습니다.
"또 잔다, 또!!" 라는 타박을 연신 받으며 버스안에서 졸다가
겨우 일으켜세운 엄마를 따라내려 길을 가고 있었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뜨기 싫은 눈을 억지로 치켜뜨고 올려다보니,
아 글쎄, 다른 여자분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만큼 뒤에서 딸래미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뛰어오시는 엄마... "현정아~~"
예닐곱 때였습니다.
외할머니 손을 잡고 서문시장(대구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에 갔었는데,
문득 정신이 들고보니, 엄청난 인파속에서 저 혼자 이리저리 치이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할매~ 어엉..... 할매~~"
그래도 외할머니께서 저를 잘 찾아내셔서 미아가 안되었지요.
내친김에 하나 더... 그때도 꼬맹이적이었습니다.
모내기가 끝난 해저물녁에, 논 옆에서 신나게 놀고있다가
그때만해도 장개 안 간 삼촌 자전거 뒤에 타고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를 자전거에서 내려주시던 삼촌, 갑자기 물으시더군요.
"니, 고무신 한 째기(짝)는 우옛노?"
"어..응? 몰라......."
집까지의 5분동안, 자전거 뒤에 앉아 얌전히 졸고 왔던 제가,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못해내는 제가, 무슨 수로 고무신 행방을 알겠습니까?
급기야 집안 어른들 모두, 고무신을 찾아 논에서 집까지 오는 길을 다 훑으셨지만,
끝끝내 그 꽃고무신은 찾지 못했다는.... 그당시 경상북도 달성에 전해져오는 잠티의 전설이...
그래도 지금은 정상치에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마음풀님~! 파도풀님~! 이어주세요.
◈ 그래풀 ─ 역시, 잠티풀님 멋있습니다. 어여 어여 이어가지요.... 온 사방에 푼수풀(?) 만세입니다. 저도 자랄 때, 엔간히 푼수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 꿋꿋씨 ─ 저는 '엔간히 ** 였다는'그래풀님 말씀도 잠티풀님 말씀도 모두 믿어용. 오호호홍~!
◈ 개미밥풀 ─ 저는 우리 큰애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애한테 듣는 소리가 있답니다.'엄마! 또 잃어버렸지?' '정말 바보같은 사람은 바보같은 구석이 없는 사람'이라는 조르바의 말을
◈ 개미밥풀 ─ 빌리자면 어쩌면 우리는(특히 잠티풀님) 진짜 푼수는 아니지 않을까요? 진짜 푼수가 어떻게 하는 일마다 '~보호, ~보전, ~수호'이겠습니까?
◈ 그림자 ─ 참말로 멋지대이... 잠티풀 만세!
◈ 게릴라풀 ─ 내공이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정말 한 번 만나뵙고 싶어요!
◈ 잠티풀 ─ 그런 과거사를 고백해놓고, 이제 부끄러워서 어떻게 들어오나 했는데, 다른 푼수풀님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잘~ 댕기겠습니다. (흐뭇~)
◈ 잠티풀 ─ 저랑 생김까지 닮으셨다고 (저혼자)착각하고 있는 게릴라풀님, 저도 꼭 뵙고 싶습니다. 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저혼자 난리굿을 치는지라, 님 같으신 고수를 뵐 수만 있다면야...
◈ 잠티풀 ─ 버려진 개를 치료하셨단 얘길 해주셔서 제 마음까지 울리셨던 마음풀님~, 책읽는 것조차 허덕이는 저를 부끄럽게 하시는 책읽기방의 반장이신 파도풀님~ 뵙고싶습니다.
◈ 푼수풀 일동 ─ 조르바 만세!!
◈ 조르바 ─ 푼수 만세!!
◈ 푼수공주풀 ─ 잠티궁에 놀러오니 무척 친근감이 느껴지네요. 생각해보니 불혹이 넘어서 공주라고 우기는 저야말로 원조푼수가 확실하죠.저도 푼수과에 껴주세용,잠티풀님
◈ 잠티풀 ─ 앗... 공주풀님께서도 푼수과이실줄이야... 원조푼수님께 절! 푼수!!
◈ 산풀 ─ 투명하게 맑은 잠티풀님의 얼굴은 틀림없이 잠을 폭~폭 자서 얻은 복이렷다?
◈ 앙성풀 ─ 그런데, 잠티풀님 용안은 언제나 뵐 수 있을까요? 보고 싶어요!! 잠티풀님!!!
◈ 잠티풀 ─ 앙성풀니임~~ 그때 대전 오셨으면, 저의 감춰진 용모를 감상하실 수 있으셨을텐데...가 아니라, 제가 앙성풀님을 뵈올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
.gif)
.gif)
.gif)
.gif)
.gif)
.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