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 저장기관 감춰둔 여러해살이풀
 
 한해살이풀(일년초)이나 두해살이풀(이년초)는 일생이 단 한번 꽃피고 열매를 맺는다. 이에 비해 지하부가 적어도 몇 해 이상 생존하며 일생 동안 여러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여러해살이풀(다년초)은 땅속줄기, 뿌리 등이 변형된 저장기관을 갖고 있는 것이 많다.
벼과에 속하는 갈대는 습지나 갯가 또는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일상 생활재료로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그 뿌리가 약재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갈대가 처음 나올 때를 ‘가( )’, 좀 크면 ‘노(蘆)’, 완전히 자란 것을 ‘위(葦)’라고 하는데 뿌리의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각종 독을 풀어준다.
옛날에 가난한 농부의 어린 아들이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자 약방에 찾아갔는데, 약방의 주인은 비싼 약만 권할 뿐이어서 낙담을 하고 집에 왔는데, 마침 거지가 찾아와 사정이야기를 듣더니 갈대뿌리를 캐어 달여 먹이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이를 마신 아이는 열이 내리고 정신이 돌아왔고, 농부는 그 거지를 친구로 삼았다 한다.
중추신경의 흥분을 억제하며 진정작용을 하고, 교감신경의 흥분을 억제하고, 혈당강하 작용이 있으며, 신경성 고혈압에 혈압강하작용, 해열작용을 한다. 청정지역의 갈대 뿌리를 캐서 잘 씻은 후 그늘에 말려 잘게 썰어 사용한다. 갈대의 뿌리는 방사능 중독과 그로 인한 백혈구의 감소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여 마시면 백혈구가 증가하고, 조혈기능이 높아지며, 인체의 면역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황달, 당뇨, 각종 암, 구토, 만성복막염, 부종, 방광염, 관절염, 소변 불통에 효과가 있다. 복어독의 해독약으로 사용된다.
식중독이나 농약 중독, 중금속 중독에 뿌리를 달여 마신다. 알코올 중독에 뿌리를 달여 상복 하면 효과가 탁월 하다고 한다. 숙취해소에는 음주 전후에 뿌리를 달여 한잔씩 마시면 된다.
최근에는 갈대의 뿌리에서 추출한 ‘피라큐마레이트’라고 하는 성분이 치매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갈대의 땅속에 있는 어린 줄기를 요리로 먹기도 하는데, 연하고 맛이 달며, 날것으로 먹으면 싸한 맛이 난다.